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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바라보기/자료 사진관

동대문운동장, 잊혀져가는 또다른 흔적들...(2008.1.24)

by 금빛 2022.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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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전 눈오는 동대문운동장 주변을 걷다가 과거의 화려했던 동대문운동장 시절의 고교야구를 떠올리며 지금의 모습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본인은 출생지가 이 지역이다 보니 과거의 모습이 많은 부분 떠 올릴 수 밖에 없었다.
프로야구가 생기기 전에는 동대문야구장에 가득찬 관중과 주변 평화시장의 활기가 있었던 곳으로 기억하고 있다.
지금은 새로운 상권으로 부상한 의류상가들로 자리를 차지하고 불야성을 이룬다고 하지만 동대문운동장 주변은 날씨와 더불어 더없이 싸늘한 관경을 연출했다.

청계천등지에서 밀려난 상인들의 천막이 길을 가득 메우고 있다.

예전에 자주 찾았던 야채곱창 포장마차들도 없어졌을까 하는 우려로 지나가는 길에 아직도 천막을 치고 영업을 하는 포장마차에 오래간만에 들어가 보았다.

좁은 길에 장사하느라 불편함을 주었다는 생각을 했던 이 포장마차 행렬도 이제 조만간 옆의 대우건설이 짓는 건물 완공과 함께 없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막상 없어진다고 하니 이 길에서 먹던 곱창을 이젠 어디 가야하나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청계천공사와 함께 이른바 벼룩시장이라고 불리던 곳의 상인들을 동대문운동장안에 모아놓고 영업를 하도록 하고 있었다.

과거 꽉 차있던 관중석은 비어있고 일부는 주차장으로 일부는 풍물시장으로 운영하고 있었고 이 곳 풍물시장의 분들도 신설동에 터전을 마련하여 조만간 이사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청계천시절부터 일해오시던 어르신 한분에게 청계천 전보다 어때요 하고 물으니
'당연히 힘들지 ' 하신다.
작년 대선기간 TV에서 어느 청계천 상인분들이 덕분에 장사 잘 된다고 당선자에게 이야기하던 것을 떠올리니 이상해서 자세히 물었다.
(솔직히 청계천 유동인구덕으로 장사 더 잘 될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청계천에서 영업하던 사람들 이곳에 모아두니 유동인구가 이곳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사전에 얘기 했던 것처럼 영업권을 준다는 신설동은 실질적으로 청계천보다 유동인구가 없어서 더 힘들것이 뻔하다' 며
'장사 잘 된다는 사람들은 인근 상가 실질주인들만 이익을 보고 있다며 상인들에게는 이득 될 것도 없고 영업에는 계속 손해'라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풍물시장분들의 장사의지는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았다.
또 너무 좁게 모여 있어서 그런지 화재의 위험도 있어 보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몇일전 누전으로 추정되는 화재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안쪽에 타버린 곳에 영업을 했던 분은 포장마차에서 술을 한잔 기울리시며 그래도 없던거였는데 다시 시작하려면 힘내야지 하면서 다른분의 위안을 받고 계셨다.
저 안에는 몇년간 모은 상품들도 많을텐데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다시 시작하실지 옆에서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또 다른 동대문운동장의 모습. 야구장 인근 스포츠 도매상들의 보상문제로 난항을 껶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인근 대형 건물들은 이렇게 다른 입장의 글을 걸어두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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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잇권과 상관없이 이 동대문야구장 주변으로 살아가는 또 다른 이들도 있었다.

눈도 많이 오고 추운 날씨에도 이불 한자락에 몸을 눕히고 상자에 몸을 가리고 있는 노숙자분들... 한분이 담배가 필요하시다고 해서 한갑을 사다드리고 오니 연신 고맙다고 밝게 웃으셨지만 나는 웃음으로 화답할 수가 없었다.

  우리시대의 한 단편의 모습.
길 건너에서는 새로짓는 오피스텔들과 비교하면 이 시대가 누구를 위해 이렇게 발전을 하려는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돌아오면서 청계천을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항상 보면서 이상한 느낌은 북쪽으로 올라가는 듯한 느낌의 물길이 어째 불안하고 자연스럽지 않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되었다.
물길이 원래 마장동쪽으로 가서 뚝섬으로 가는 흐름이 맞을 것 같지만 왠지 한강하고 반대로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우리가 좋아서 바꾸고 있는 우리의 지형과 우리의 땅 그리고 새롭고 화려해 보이는 곳을 위해 달려 나가는 우리의 모습이 절름발이 청계천을 만들면서까지 만들어 가고 있는 삶의 한 단편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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